일본 집권층에 과연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집권 자민당에서 일본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역사 문제에 관해 자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패전 70주년을 앞두고 일본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다.

예컨대 자민당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이하 특위, 위원장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전 외무상)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한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제안서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28일 전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이 1993년 고노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강제 연행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 '국제사회에 사실에 반하는 인식을 확산했다'며 강제연행을 부인하자는 강변인 것이다.
 

특위의 이 같은 발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특위의 주장인 즉 고노담화 자체는 강제 연행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작성됐는데 고노 전 장관이 이와 다른 발언을 해 오해를 키웠다는 취지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은 1993년 8월 “위안소는 당시 군(軍)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ㆍ관리 및 위안부 이송에 관해서는 구 일본군이 관여했다”고 발표했고, “일본군위안부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이를 뒤집겠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줍짢은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일장기, 욱일승천기(사진출처=안수현 일본고전문학아카데미 인터넷 카페)

특위는 또 국제사회가 일본군 위안부를 성 노예라고 규정하거나 외국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이 '일본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익을 해친다'고 평가한 뒤 일본 정부가 이에 반론하거나 법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집권층은 역사를 대하는 자민당의 시도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연행은 일본군이 인도네시아 자바섬 스마랑과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 설치한 위안소에 연루된 BC급 전범 재판에서 인정된 바 있다. 역사학연구회 등 일본의 16개 역사단체는 올해 5월 강제연행이 실증됐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제노동기구(ILO) 또한 일본이 전쟁 중에 한국과 중국 노동자를 대거 동원해서 일을 시킨 것이 강제 노동을 규제하는 29호 협약 위반이라며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1999년에 이미 내놓았지 않은가.

아베 정권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그런 시도를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 일본의 위안부 강제 동원 및 징용·징병자 배상 등 진솔한 과거사 반성의 토대 위에서 한·일 협력의 새 시대를 열기를 소망한다.

아베 총리는 올 여름 발표하는 '전후 70년 담화'에서 이제까지의 총리 담화의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반성 및 사과 표현을 "넣어야 한다"고 답한 자국 내 여론이 55%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의 30%를 상회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는 평화헌법 개악 철회와 진정성 있는 사죄·배상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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