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상상이 빚어내는 우리민족 하나 되기 프로젝트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에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다닌 내 기억으로는 '북한' 이라는 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곳, 가난과 굶주림이 넘쳐나는 곳으로 배웠다. 물론 그 이전세대에는 북한에는 머리에 뿔 달린 도깨비들만 사는 줄 알았다고 하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말이다. 매년 거의 의무적으로 내야했던 호국보훈의 달 포스터에는 북한 사람들은 시뻘건 얼굴에 뿔 달린 도깨비나 늑대, 돼지에 비유되어 그려지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전쟁놀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국군이나 미군을 하고 싶어 했지 북한군은 영 인기가 없었다. 행여나 가위 바위 보에 져서 북한군이라도 되는 아이는 거의 울상이 되다시피 했다. 민방위훈련이 있던 날 귀청을 울리던 공습경보 사이렌 소리의 크기만큼 유년시절의 북한에 대한 추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공포의 대상이며 적국이었던 북한이, 같은 민족으로 통일의 대상으로 새롭게 다가선 것은 1990년대가 되어서야 가능했다.

나와는 무관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쟁은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언제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휴전상태에 있다. 참혹한 전쟁은 그 당시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전쟁 이후에도 그 여파는 남아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죽음과 파괴, 이별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은 충격이 후유증이 되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쟁을 극복하는 것은 평화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평화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이나 분쟁을 살펴보면 나와 상대방을 동일시하지 않는 데 그 원인이 있다. 평화의 삶이란 서로의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하나의 풍부한 삶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평화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바로 통일의 삶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영진의'평양프로젝트'는 만화책이다. 상상이 기발하다. 남과 북이 각각 젊은 작가를 평양과 서울에 파견하여 이들이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취재한 내용을 서울과 평양으로 보내온다는 즐거운 상상에서 출발한다. 남측에서 파견된 작가 오공식이 좌충우돌하며 겪는 북한 취재기로, 북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시종일관 유머와 따뜻한 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덧 북한은 더 이상 뿔 달린 도깨비들의 나라가 아닌,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우리의 이웃이 되어 있다. 북한에도 치맛바람이 있고 몰아주기(집단 따돌림)가 있다. 또한, 시부모를‘염소’로 시누이를‘벼룩이 닷 되’라고 부르며 흉보는 며느리가 있고, 어느 한 청년의 가슴 떨리는 사랑이 있다. 점쟁이한테 점을 보러 가는 풍경에서는 웃음이, 국제아동절에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즐거워하는 부모들의 모습에서는 따뜻함이 베어 난다. 이 책의 장점은 억지스럽게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지 않는 데에 있다. 다양한 일상의 에피소드를 통해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보여줌으로써 남과 북이 둘이 아닌 하나의 민족임을 깨닫게 해 준다. 통일을 위해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려면, 남은 왼발로 걷는 연습을 해야 하고, 북은 오른발로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2015년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다. 남과 북이 서로가 조금씩 이해하고, 다가서는 모습을 가지고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후손은 좀 더 나은 미래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천광역시교육청 장학관 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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