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조성부터 운영까지 청소년이 주도하는 공간

송규각 덕신고 교장선생님과 미래교실 그레이스를 이용하는 덕신고 학생들/덕신고 제공
송규각 덕신고 교장선생님과 미래교실 그레이스를 이용하는 덕신고 학생들/덕신고 제공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자”

현대사회는 스마트폰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기 활성화로 손안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뒤늦게나마 청소년들의 공간인 학교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교실 앞 거대한 칠판 아래 줄지어 늘어선 책상에 앉아 교사의 가르침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획일적인 공간에서, 또래들끼리 자유롭게 둘러앉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강화읍 덕신고등학교는 최근 인천시교육청 공모와 강화군의 교육경비 지원을 통해 학교 내 빈 곳을 개인 학습 및 모둠 학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페형 공간 ‘미래교실 GRACE’를 조성했다. 송규각 덕신고등학교 교장은 “보다 유연한 학습공간을 조성하여 학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와 문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레이스 카페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성, 창의성, 자기주도성, 감수성이 발현되도록 교육 문화의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송 교장은 이어 “이곳은 또한 학생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강화역사문화교육, 바리스타 교육, 강화생태환경교육, 예술교양교육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주민들에게 문을 개방하여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본보는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기존 학교 공간에서는 볼 수 없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혁신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덕신고 ‘미래교실 GRACE’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덕신고 미래교실 그레이스에 모인 덕신고 학생들/양광범 프리랜서기자
덕신고 미래교실 그레이스에 모인 덕신고 학생들/양광범 프리랜서기자

 

# 학교 안 ‘미래 교실’을 만나다

덕신고등학교 3층 다목적실과 교실 1곳, 잔여 복도 공간을 합친 2.5실 171.72㎡ 규모로 조성한 ‘미래교실 GRACE’는 어느 카페 공간 못지않은 넓은 공간과 다양한 휴식공간을 갖추고 있다. 학교 관계자의 안내로 학교 본관 3층에 도착하자, 필자의 기억 속에는 분명 ‘학교에 있을 수 없는’ 화려한 출입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에는 서울의 대형서점에서나 볼 수 있는 계단식 독서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또 서로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책상 공간에는 학교에서 쓰는 좁은 의자가 아닌, 호텔 로비에서나 볼 수 있는 넓은 의자가 놓여 있었다. 또 1인 테이블이 창가와 맞닿아 있어 혼자서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으며, 방음벽으로 나누어져 있는 공간에는 대형 모니터를 갖춘 4인 테이블이 4곳 정도 마련돼 학생들끼리 조별 수행학습을 수행하며 대화를 나누는 데 손색없는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

미래교실 GRACE를 기획한 덕신고 한소진 교사(국어)는 “학생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조별 과제나 개인 학습을 즐겁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고민에서 미래교실 조성 계획이 시작됐다”며 “딱히 공부는 아니라 해도 학생들이 스스로 나서서 배움의 즐거움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터디 카페와 같은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덕신고 미래교실 그레이스를 이용하는 학생들 모습/양광범 프리랜서기자
덕신고 미래교실 그레이스를 이용하는 학생들 모습/양광범 프리랜서기자

 

# 공간 조성부터 운영까지, 청소년들이 가꾸는 ‘우리 공간’

미래교실 GRACE는 무엇보다 설계과정에서부터 실제 공사 현장, 조성 이후 공간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덕신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사용자 참여 설계를 적용했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무엇보다 공간 이름 선정과정부터 전교생이 참여하는 공모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교생 공모를 통해 선정된 ‘GRACE’ 명칭은 크게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우선 기독교학교답게 “하나님의 은혜로 세워진 공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또 글자적 의미는 Grow(성장), Refresh(재충전), Achieve(성취), Challenge(도전), Enjoy(즐기다)의 각각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미래교실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고 재충전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취하면서도 학교생활을 즐기자는 창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2월 우여곡절 끝에 착공, 지난 5월 4일 공식 개관식을 가진 미래교실 GRACE는 앞으로의 운영과정 전반을 학생들이 스스로 이끌게 돼 의미를 더 하고 있다. 학생회 부회장을 팀장으로 하는 운영단은 관리부(문단속, 시설 관리), 카페 운영부(운영 및 음료 제조), 경영지원부(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아이디어 생산, 예산관리), 마케팅부(교내 및 교외활동 홍보, 지역사회 연계사업) 등으로 구성돼 일반적인 사회조직 못지않은 탄탄한 구성과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있다.

기획단에 참여한 황서연 학생(고2)은 “처음 건축 설계부터 학생들이 원하는 게 뭔지 다 조사하고 시작했다”며 “기획단 활동을 통해 공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불만만 있었지, 딱히 원하는 것이 없었는데 미래교실 그레이스 공간 조성을 통해 학교 내 자유로운 공간을 학생들이 원하고 있었다는 걸 새롭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터디 카페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만큼, 공부도 하겠지만 기존의 정숙한 교실공간이 아니라 서로 자유롭게 대화도 나누고 공부와 관련한 토론도 벌어지는 창의적인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나예진 덕신고 학생회장은 “건축공간 설계자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주어서 학생들이 필요하고 원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그만큼 학생들이 애정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학생들이 공부하고 쉴 수 있는, 더 효율적인 공간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양광범 프리랜서기자

 

한소진 덕신고 국어교사/덕신고 제공
한소진 덕신고 국어교사/덕신고 제공

 

인터뷰= 한소진 교사(국어)

“저의 제자이자 강화지역사회 후배인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고 싶었습니다.”

덕신고 ‘미래교실 GRACE’ 조성을 담당한 한소진 덕신고 교사(사진·국어)는 모바일 시대에 맞춰 학교공간 역시 변화해야 한다며 공간의 특색을 강조했다.

한 교사는 “학생들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능동적으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학업은 자기가 스스로 필요하고 동기가 유발될 때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조성하고 싶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마침 인천시교육청에서 공간 혁신 관련 공모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한 교사는 공모에 응해 당당히 선정됐다. 또 부족한 사업비용은 강화군의 교육경비를 통해 충당, 모두 2억5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열정 하나만 가지고 추진한 사업은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건축과 인테리어를 추진하는데 있어 관련법의 제약으로 당초 계획했던 공간혁신 계획을 변경해야 했으며, 공사시기를 맞추는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그럼에도 사용자 주도 설계의 중요성을 알아준 강화군청의 배려 속에 무사히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교사는 “기존 2학년 일부 교실과 활용도가 낮은 멀티미디어실, 복도 일부를 활용해 미래교실을 조성하게 됐다”며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공간을 조성해주고 싶다보니 계획된 공사기간이 빠듯했는데 강화군청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배려해주고 편의를 제공해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공간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강화에서 태어나 초·중·고교 시절을 모두 강화지역에서 보낸 ‘강화 토박이’인 한 교사는 지역사회 후배이기도 한 학생들에게 스스로 배움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끝내 실천에 옮겼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은 답답하고 획일적인 공간이 아니라 스터디 카페 등 자유로운 공간에서 공부한다”며 “미래교실 조성을 통해 교육의 생태계가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학생들도 학교 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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