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회의원

윤상현 국회의원

정부 없는 국가는 없다. 한 국가가 국제법상 국가로서 인정되려면 승인된 정식 정부가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대내외에 선포하여 국제사회가 독립국 대한민국의 출범을 승인함으로써 우리가 국제법적으로 독립한 날은 1948년 8월 15일이다.

국가가 성립되려면 국민, 영토, 주권 등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특히 주권이 없으면 독립된 국가로서 인정되지도 않고 국가기능도 수행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독립된 주권적 지배권을 확립하고 집행하기 시작한 날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다.

임시정부는 이러한 주권을 현재가 아닌 미래에 행사할 것을 천명했던 임시적 형태의 정부로서 영토를 실효적으로 지배하며 독립된 주권을 행사한 정식 정부는 아니었다. 또한 1945년 8월 15일에 해방은 됐지만 우리나라가 세워진 것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일본 식민통치로부터 독립하고 미군정으로부터 독립하여 나라를 세운 날은 그로부터 3년 후인 1948년 8월 15일이었다. 그 3년 동안 한반도는 여전히 미국과 소련의 군정통치 아래에서 여전히 독립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상해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은 1919년 4월 13일이다. 하지만 1921년 10월에 중국 손문(孫文)의 호법정부(護法政府)가 상해 임시정부의 국서(國書)를 받음으로써 임시정부를 승인했던 경우 외에는 상해 임시정부를 정부로서 승인한 나라가 없었다. 정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데 따른 불가피하고 한탄스런 현실이었다. 즉 상해 임시정부의 수립은 대한민국 건국을 향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출발이었지만, 그것이 곧 대한민국 건국은 아니었다. 한편, 건국 과정에서 친일파에 대한 엄정한 청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사실까지 훼손시킬 수는 없다.

해방과 건국은 다른 것이다. 해방이 곧 건국을 가져다 준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1947년 9월 유엔에 한반도 문제가 상정될 때까지도 한반도에는 여전히 독립된 국가라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1948년 소련군이 자신의 점령지역이었던 38선 이북에서 유엔한국임시위원단(UNTCOK)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5월 10일 남한지역에서만 총선거가 실시되어 제헌국회가 구성됐다. 제헌국회는 7월 17일 새로운 나라의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헌법을 공포했다. 이렇게 1948년 8월 15일 비로소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 수립되었고, 같은 해 12월 12일 유엔은 총회 결의를 통해 “남한지역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했다.

즉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의 ‘독립일’이자 ‘건국일’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8.15를 ‘광복절’과 함께 ‘대한민국 건국절(建國節)’로 기념함으로써, ‘1945년 광복’과 함께 ‘1948년 건국’의 의미를 함께 살려나가야 한다.

건국일은 나라의 생일이다. 그리고 바로 그 날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가, 대한민국이 탄생됐다. 그런데 아직도 ‘건국’을 ‘정부 수립’이하는 용어로 치환하여 교육하고 있는 것은 어색하기 그지없다. 생일 없는 나라, 대한민국도 궁색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다수의 나라들이 국가를 세운 기념일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북한에도 9.9절이라는 건국기념일이 있다.

우리는 건국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 하나였으나 국민의 피와 땀으로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신화를 일궈낸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이런 우리가 건국일을 두고 지루한 논쟁을 반복하며 국경일로 기념하지도 못하는 것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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