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권위주의는 타파돼야 한다. 인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에게 윽박지르듯 거만을 떠는 왜곡된 권위주의는 만인의 적으로 간주된 지 오래이다. 주위로부터 스스로 우러름을 받는 ‘진정한 권위’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왜곡된 권위주의는 시쳇말로 ‘갑(甲)질’을 일삼게 된다. 하지만 ‘갑질’은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이 된지 오래이다. 국민의 인권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큰소리치며 반말하면 대단한 사람으로 대우해주던 사회적 인식이 사라지고 있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이토록 높아졌음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시대변화의 불감증에 빠져 있는 듯 일탈행위를 일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 의혹을 계기로 기업과 공공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한 국회의원들의 '수퍼 갑(甲)질'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무소속 심학봉 의원(전 새누리당)의 성폭행 논란, 무소속 박기춘 의원(전 새정치민주연합)의 뇌물 수수 등 각종 비위 사건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인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지난 3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의 쌀 제품에 자기 이름을 사용해 문제가 됐다.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마트 등 유통업체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원의 이름이 박힌 상품을 매장의 나쁜 자리에 배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경찰을 담당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인 새정치연합 유대운 의원은 지난 5월 술을 마신 뒤 경찰서 지구대에 찾아가 "지역구민 딸을 괴롭힌 바바리맨을 찾아내라"며 직접 수사를 지휘하는 등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모두 비상식적 행태로서 호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회의원들의 '갑질'은 자신들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지자체와 지방의원, 보좌진 등에 대해선 더욱 노골적인 것으로 지역정가에선 잘 알려진 비밀 아닌 비밀이다. 지자체장 공천 과정에 국회의원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의원의 인사 청탁이나 지역 개발 민원을 거부할 수 없다는 현실이 작용한 결과이다. 특히 상당수 지방의원들은 국회의원이 상(喪)을 당하면 장례식장에서 온갖 심부름을 다 하며 눈도장을 찍기에 바쁘고, 국회의원의 아내가 지역구에 내려오면 시·군·구 기초의회 의장이 직접 차를 몰고 나가 모시고 다니며 여고 동창 모임의 밥값까지 떠맡는 일까지 있다고 하니 ‘갑질 중 수퍼 갑질’로 꼽힐 정도다.

장기 불황에 따른 국민일반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는 형국에서 국회의원들이 뇌물과 부도덕한 색(色)을 밝히고, 거들먹거리는 권위만 내세워서야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의원들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 정당들이 근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해당 의원을 출당시키거나 ‘솜방이’ 징계에 그치는 데 있다. 제도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현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윤리위원회로는 의원들의 갑질 횡포를 막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국회 윤리위의 절반 이상을 외부인들로 구성해 실질적인 징계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스스로 약자 앞에서 계급의식, 특권의식, 금력 등으로 튀어나올 마음속 악마를 키우고 있지 않은지 모두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선진문화국가 구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서울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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