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구수옥 인천 초은중학교 교사

 

하프타임에 즈음하여 ........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참 새롭다. 셔터를 찰칵 누른 직후 액정으로 확인하는 프레임 속 화면의 아름다움은 황홀하다. 사진 찍기는 2년 전 뒤늦게 취미로 시작해서 최근 포토스쿨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배우고 익히고 있다. 정년을 5년 앞두고 지금까지의 평생 교직과 더불어 이제 사진은 장차 인생 부전공이라고나 할까 그로 인한 삶의 이모작을 꿈꾸고 있다. 삶의 전반전에선 전공 교과에 매달려 살았다면 삶의 하프타임에선 후반전을 위한 전략적 준비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다.

한 장의 사진 속에선 메마른 현실에서도 촉촉한 감성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한 시대가 폭넓게 담기기도 한다. 그리고 사진이 주는 예술적 미학은 배울수록 그 세계가 광활하다. 사진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의 반짝이는 잠재력을 발견할 때마다 교직이 즐거웠었다. 지금 중학교는 지금 자유학기제가 한창 진행 일로에 서있다. 동아리 활동이 다양하고 풍성해져야 하는 시점, 교사들이 전공 외에 다양한 방면에서 자기계발을 준비한다면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력이 강해지리라 생각하고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교직에 발을 딛기 시작했던 세상과 달리 교실 생태계는 거의 지각변동에 가까울 정도로 변화했다. 이에 따라 교사가 수행해야 할 역할도 상당 늘어나서 새롭게 부닥치는 국면들은 오랜 경륜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무거운 짐을 이고 진 것처럼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또래들은 앞 다투어 명퇴를 하였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그만 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경제나 사회가 불안할수록 교직이 안정된 꿈의 직장이라고 하는데 정작 스스로 들여다보면 얼마나 행복감을 가지고 있을까 곰곰 돌아보게 된다.

별다른 준비 없이 시작한 인생의 전반전이야 그땐 젊었고 패기만만했으며 처음 교직의 꿈을 이루고 교단에 섰을 때의 그 설렘 하나로 여러 파란을 넘어 올 수 있었다. 그냥 쉬고 싶다고 아무 준비 없이 교단을 떠나는 것은 참 두려운 일, 또 남은 기간에 행복하지 않은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어떤 배움이 이루어낼지 과연 학생들이 아름다운 꿈을 일구어 낼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그들의 꿈을 건강하게 성취할 동기를 갖게 되리리라 생각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삶의 긴장이고 그 긴장이 새로운 행복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는 이즈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자기 계발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교사의 다양한 자기계발 노력이 학생동아리 활동을 더욱 다양하고 빛나게 할 자원이 될 것이다.

돌아보면 30년 넘어 교단에서 나름 열심히 뛰었다. 베이비부머의 각박한 삶 속에서 미래를 내다 볼 겨를도 없이 눈앞의 현실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노력을 다했었다. 이제 100세 시대 인생의 하프타임과 정년이 함께 내 앞에 서있다. 취미로 선택한 사진 찍기가 내가 진정 좋아 하는 일이라는 것을 2년간의 수련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했다. 이제 막 입학한 포토스쿨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동기들끼리 작품 활동을 통해 더 배우고 졸업전시를 통해 수료하면 사진작가 또는 사진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간 사진을 배우고 가르치며 가졌던 즐거움을 정년 이후에도 사진에 관심 있는 다른 이들에게 배움을 나누고 싶다는 재능기부에 대한 꿈을 일구고 있다. 교사로서 남은 5년은 의미있게 정년을 맞이하는데 에너지를 배분해야 하리라. 여생으로서가 아닌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지금은 내 삶과 교직생활의 하프타임이라 여겨진다.

따라서 교직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지면 나를 찾는 일부터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교사의 자기 정체성은 사춘기 학생들에게만 찾아야 할 것은 아니라 여겨진다. 이제 내가 선 위치는 어디이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것은 무엇인가? 내면의 나를 들여다 보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런데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부터 시작해야 하리라. 이 시대 이 사회가 교사에게 요구하는 다양한 역할 기대 속에서 교사의 정체성과 자기계발을 통한 즐거움은 가르치고 배우는 아이들에게 역동하는 동기가 될 수 있는 일이니까.

글/구수옥 인천 초은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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