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이 군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진 미지수

미얀마 노리는 강대국들의 손길도 바빠져

[아웅산 수치]미얀마가 53년만에 군부 독재에서 벗어나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상하원 모두 348석을 차지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멀티비츠 photo@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미얀마가 53년 만에 군부 독재에서 벗어나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상하원 모두 348석을 차지해 과반의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헌법상 군부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총 의석 664석 중 25%인 166석을 가져간다. 이에 따라 NLD가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하려면 남은 498석 중 3분의 2 이상인 329석이 필요했다.

현재까지 83%의 의석이 확정된 가운데 NLD는 329석보다 19석 많은 348석을 얻어 NLD가 지지하는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게 됐다.

미얀마 헌법에 따라 차기 대통령 후보는 상원, 하원, 군부에서 각 한명씩 선출한다. 이후 의원 투표를 거쳐 대통령을 결정하는데, NLD가 과반을 차지한 만큼 NLD측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 확실시된다.

선출된 의원들은 현 정부의 5년 임기가 끝나는 2016년 1월 말에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 수치의 NLD 정권, 내치(內治) 완전 장악 할까

이번 총선은 사실상 미얀마의 첫 자유선거였다. 미얀마는 1962년 군부 세력이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2011년 처음으로 민간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주요 요직들엔 여전히 군 출신 인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1990년에 총선이 실시된 바 있지만 NLD의 압도적 승리에 군부는 선거 결과를 무효로 돌렸다.

NLD의 과반 의석 확보로 정권 교체를 이뤘지만 군부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우선 수치 여사는 대통령직에 오를 수 없다. 영국 국적의 두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헌법은 외국인 배우자를 두거나 외국 국적 자녀를 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부세력은 수치 여사의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해 2008년에 이 조항을 제정했다.

수치 여사는 '대통령 위의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렴 청정'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 군부가 경찰권을 쥐고 있고, 미얀마에서 차지하는 경제력도 막강하다. 주요 부처 장관의 인사권도 군부에 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준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셈이다.

수치 여사는 다음 주중 최종 선거 결과가 발표 되는대로 테인 대통령, 슈웨 만 국회의장, 민 아웅 흘라잉 육군참모총장과 국민 대화합, 권력 이양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수치의 버마를 향한 강대국의 손길

군부 독재가 막을 내리고 수치 여사의 집권이 확실시됨에 따라 열강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중국, 인도, 일본 그리고 미국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얀마를 두고 강대국들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얀마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원유, 천연가스, 석탄 매장량이 상당하다. 이 외에도 유연탄, 우라늄, 철, 니켈 등이 다량 매장돼있다.

지정학적 가치도 상당하다. 미얀마는 동아시아와 남아시아의 가운데 위치해 있어 오랜 시간 인도와 중국의 중개무역지로서 역할을 했다.

중국은 미얀마의 군부 정권 시절인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미얀마의 인권 문제로 서구 국가들과 관계가 단절됐던 때였다. 미얀마 군부는 중국의 거대 회사와 합작해 수력 발전, 구리 광산, 가스와 원유 파이프라인을 건설했다. 중국은 미얀마 서부 항구도시인 차육푸에서 중국 원난성 군밍까지 800㎞에 이르는 송유관을 건설해 남중국해의 원유 수송 문제를 해결했다.

미얀마의 정권 교체 소식은 중국에 위기일 수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과 지정학적 가치를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얀마의 새 정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에 수치 여사는 지난주 기자 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진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미얀마 군부 정권 시절 오랜 기간 국교를 단절해 미얀마에 미친 경제적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WSJ는 미얀마 군부 정권과 협력했던 미국 기업은 여전히 미 정부의 제재 대상이라며 이는 미국과 미얀마의 경제 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미얀마의 정권 이양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를 푸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수치 여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NLD의 압승을 축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과 2014년 모두 수치 여사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인도 또한 미얀마와 관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중국을 견지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기 위해서다. 현재 중국은 인도양의 스리랑카와 파키스탄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인도 입장에선 인도양에서의 패권이 흔들리는 것이다.

전 미얀마 주재 인도 대사관은 "인도는 앞으로 동아시아 경제권에 영향력을 넓힐 계획"이라며 "미얀마에도 개입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최근 특별 자유구역인 양곤 남부의 실라 지역에 투자를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 이 지역 대부분의 인프라 시설은 일본의 투자로 건설됐다.

도시히로 미즈타니 일본 무역진흥기구 연구원은 "NLD의 대외 정책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WSJ 는 수치 여사가 외국 자본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수치 여사는 "미얀마의 비동맹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영국, 미국과 친분을 유지해왔지만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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