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축제](필라델피아/미국=게티/포커스뉴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교황의 방미 환영 행사인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 가족페스티벌'에서 미국의 소울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이 교황 앞에서 열창하고 있다

최근 미국 방문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탈한 행보로 주교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교황의 음악은 그의 소박한 취향과는 달리 그 화려함으로 또 다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 대안 언론 카운터펀치는 최근 교황의 방미 기간 연주됐던 음악의 잔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교 교황은 전임자인 베네틱토 16세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전임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추기경 출신으로 화려한 의상과 의전 등으로 '프라다 교황'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이 둘의 공통점은 음악에 있어서는 일종의 '사치'를 누리고 있다는 데 있다. 아직도 바티칸에서 사제로 지내고 있는 베네딕토 전 교황은 모차르트와 바흐의 곡을 즐겨 연주하는 수준급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전임 교황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도 상당한 음악 애호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교 시절 특별 피아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예수회 잡지 '아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모차르트의 대미사곡인 'Et incarnates est(그리고 그는 혈육을 취하시고)',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포함한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교황은 단지 종교 음악으로서의 음악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자랑한다. 교황은 구체적으로 독일 마에스트로인 빌헬름 푸르트뱅글러가 지휘한 1950년 이탈리아 밀로노 라 스칼라 극장 녹음 버전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연주, 바그너 음악 지휘자로는 최고로 꼽히는 한스 크나퍼츠부슈의 1962년 연주 '파르지팔'을 자신의 가장 좋아하는 연주로 손꼽을 정도로 고전음악에 해박하다. 피아노에 대한 애정도 대단하다. 피아노 곡으로는 루마니아 출신 클라라 하스킬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해석을 최고로 꼽기도 했다.

음악계에서는 교황이 손꼽은 음악들이 청소년기의 교황에게 영향을 미쳐 현재의 온화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으리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필라델피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필라델피아/미국=게티/포커스뉴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천주교가정대회 야외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이 행사로 교황은 5박 6일간의 방미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로마로 떠났다.

전통적으로 교황을 비롯한 고위 사제들은 장엄한 음악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이후 라틴어로만 봉헌되던 미사가 각국의 언어로 봉헌되기 시작하면서 '교황의 음악'도 장엄과 엄숙을 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티칸 공의의회 이전의 장엄한 음악에 익숙해 있던 프라치스코 교황(당시는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소년)은 교황이 돼서도 음악적 취향을 버리지 못했다.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이 교회음악을 내리막길로 몰았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된바 있다. 실제로 공의회 이후 교회 음악에는 기타와 탬버린이 도입됐다. 음악계 일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러한 흐름에 일종의 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교황들이 장엄한 음악의 수호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르네상스 시대 메디티 가문 출신인 레오 10세는 엄청난 음악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이 뛰어난 성악가였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출신 작곡가인 조스캥 데 프레의 열렬한 후원자이기도 했다.

[뉴욕 성 베드로 대성당 저녁 미사](뉴욕/미국=게티/포커스뉴스) 제니퍼 파스칼 뉴욕 성베드로 대성당 음악 감독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열린 저녁 미사에서 지휘하고 있다. 이날 미사는 교황이 집전했다.

당연한 일정이었겠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때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있는 성 패트릭 성당을 방문했다. 이때 연주된 음악이 프네상스 시대 작곡가인 팔레스트리나의 화려한 모테트 'Tu es petrus(너는 베드로다)'다. 이 곡은 흔히 '교황 찬가'로 불리는 화려한 곡으로 교황의 상징인 '어부의 반지', '빨간 신발'도 마다한 소박한 교황이 이 곡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됐다.

교황은 음악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고전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였다. 앞서 성패트릭성당에서 연주된 팔레스트리나의 모테트, 조스캥 데 프레의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단순화해서 연주하지 않고 원래 악보 그대로의 화려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진다. 

팔레스트리나나 그레고리오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같은 유명한 곡도 최근 바티칸에서는 리듬을 집어넣거나 듣기에 편하도록 편곡하는 추세가 지배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교황의 음악은 원칙적이고 악보 그대로의 순수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포커스뉴스/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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