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 두드러기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3 세계 두드러기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일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환자들에게 하루 빨리 적절한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뉴스1에 따르면 중증 만성두드러기를 다스리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항히스타민제 등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약 150만 명에 이르는 국내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만성 두드러기는 6주 이상, 거의 매일, 평균 3~5년간 두드러기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에서 발생하는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유병률이 높다. 현재 국내에서는 약 150만 명의 환자가 만성 두드러기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다양한 병의 기전이 관여하는 만성 두드러기는 난치성인 경우가 많은 데다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아주대병원이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0년간 4552명의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평균 3~5년 치료를 받았으나 심할 경우 10년 이상 치료를 지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오랫동안 만성 두드러기로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환자의 경우 삶의 질이 상상 이상으로 저하된다는 데 있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실제로 중증도가 높은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1점을 완벽한 건강 상태로 봤을 때 중증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점수인 0.7점과 비슷한 0.75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만성 두드러기를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는 그 어떤 질환보다도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 급여 문제 등으로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하는 정도로만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예영민 교수는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되지 않는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영국, 호주, 중국 등 다른 나라는 만성 두드러기 치료에 효과적인 생물학적 제제에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급여화가 되지 않아 경제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애 분당차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도 “만성 두드러기에 좋은 약이 있지만 비용 때문에 제한이 있다 보니 어떤 환자의 경우 약을 반 알 나눠 먹기도 하는 등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10여년 전부터 중증 만성 두드러기에 효과적인 생물학적 제제인 오말리주맙이 나왔지만 의료 현장에선 사이클로스포린 등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장윤석 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 주사를 맞으면 그동안 낫지 않던 만성 두드러기가 크게 호전되지만 보험이 안 된다는 게 문제”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중증 두드러기 환자도 지난해 3월까지 경증으로 분류돼 환자 본인 부담금이 매우 높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중증 만성두드러기에 대한 질병코드를 중증난치성 질환으로 분류하고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보험 급여로 치료제 접근성을 좋게 해야 한다”며 “개인 및 가족의 질병부담과 사회적 부담에 대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만성 두드러기는 지금까지 정책적인 아젠다에서 소외돼 있어 환자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며 "특히 중증 만성 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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