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 단국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모든 인간은 태어난 날부터 죽는 날까지 사랑, 관계, 일 앞에서 무수한 선택을 하며 산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사상가인 장 폴 사르트르(1905~1980)가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Birth) 죽을 때(Death)까지 무수한 선택(Choice)의 연속이란 뜻이다.

사실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선택이 하찮은 것일 수도 있고, 인생 항로의 결정적인 일일 수도 있다. “어떤 작물을 심을까”, “점심은 뭘 먹을까”, “술은 어떤 종류로 할까”와 같은 일상적 선택에서부터, “강화에서 계속 살까”, “도시로 유학 갈까”, “어느 대학에 갈까”, “저 사람과 결혼할까”와 같은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을 경험한다.

좋은 선택은 기회(Chance)와 변화(Change)다. 바로 ‘C’ 효과다. 잘 한 선택은 새로운 기회를 안겨주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끈다. 그만큼 선택은 중요하다. 반면 대충대충 선택했다가 큰 코 다치기도 한다. 낭패를 넘어 인생 자체가 뒤틀릴 수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로 유명한 미국 작가 스펜서 존슨(1938~2017)은 “선택의 순간마다 내리는 결정은 도미노와 같다”고 말했다. 하나의 선택은 실타래처럼 연결돼 다음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태어나고 죽는 것을 빼고는 인생은 결국 선택과 결정의 실타래다.

누구나 그런 사실을 안다. 하지만 알고도 실천하기 어렵다. 야밤에 반바지 차림으로 나갔다가 모기에 뜯기는 건 애교다. 고추를 많이 딸 욕심에 밭에 거름을 잔뜩 뿌렸다가 고추나무를 죽이는 일은 절망이다. 일상적인 선택에서 1년 농사까지 순간의 선택은 늘 결과를 동반한다.

하물며 인생을 좌우할 결정적인 선택은 어떻겠나. 고민과 고민의 연속일 것이다.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T.S. 엘리어트가 말했듯 “모든 순간은 신선한 시작(Every moment is a fresh beginning”인 까닭이다. 새로운 시작은 신선하다. 새 구두, 새 가방, 새 이웃은 모두 신선한 일상의 순간이다.

순간은 순간의 실타래다. 순간은 시간을 축척한다. 청춘의 순간은 열정적이다. 그런데 인생은 무한하지 않다. 청춘의 시간은 짧다. 귀중한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겁 없이 도전하고 부딪히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도전하려면 선택이 필요하다. 선택은 용기다. 결정적 선택의 용기는 국운은 물론 인류사를 바꾸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鶴翼陣), 에이브러햄 링컨의 노예제 폐지 등은 위대한 선택의 결과물이다.

선택의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용기는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청춘은 무수한 경험을 할 특권을 갖고 있다. 도전과 실패는 경험의 연속이다.

경험이 쌓이면 선택도 현명해진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선택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부를지 생각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래도 예상한 결과가 빗나가기도 한다.

엎질러진 물이라고 후회만 해선 안 된다. 그런 경험이 미래를 열어 준다. 실패 경험은 곧 미래로 가는 길이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는 “미래는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다. 약한 자들에게는 불가능이고, 겁만은 자들에게는 미지이고, 용기 있는 자들에게는 기회”라고 말했다. 강화 청년들의 미래는 어떤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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