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진(강화읍 거주)

 

한때 강화도에도 약국마다 줄 서는 풍경이 즐비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아침 일찍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길길이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했고 코로나바이러스는 기승을 부렸으니 나날이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 2020년, 사람들에게 마스크는 생명줄과도 같았기에 그것은 처량하고도 당연한 풍경이었다. 마스크 공장이 줄줄이 생겨났다. 정부에서도 대책을 세워야 했으니 그 대책 중의 하나가 약국에서 주민번호를 대고 정해진 수량만큼의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줄이 허용이 된 것이다.

마음은 조바심에 들끓었다. 내가 저 마스크 줄에 서지 못하면 영영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과 코로나바이러스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있는대로 마스크를 비축해놓아야 할 것만 같은 심산까지. 줄은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번져올라 어느 지역에나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도로에 가득 넘쳐났다. 그렇게 잘 산다는 강남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화도 약국에도 줄이 늘어졌다. 나는 그 줄에 꼭 서보고 싶었다.

토요일 어느 아침, 하던 일도 제쳐두고 생년월일에 맞는 요일에 맞춰 줄에 합류했다. 내가 선 곳은 강화종로약국 앞이었는데 나는 그 옆옆에 있는 정육점까지 뒤처져 있었고, 나보다 먼저 온 사람들은 저 앞줄에서 손부채질까지 해가며 순서를 기다렸다. 그렇게 타온 KF94 다섯 장, 그 후로 그 다섯 장을 내가 사용했던가, 고이 모셔두었던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나는 그 줄에 서 본 것이다. 줄에 서서 내 순서에 맞춰 찬란할 것 같은 하얀색 KF94를 기다렸고 약국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면서도 하등 그것이 이상하지 않은 양 당연하게 여겨졌다.

줄은 한동안 줄지 않았다. 정부에서의 권고사항대로 한 사람당 다섯 장의 마스크는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주말과 주일쯤은 모두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마스크가 없다면 외출 또한 금지가 되었는데 그것은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들의 철저한 예방책이었으니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집밖으로 나오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를 우리들의 줄풍경 다음으로 잘 지켜내며 버텨냈다. 다행히 마스크 공장이 콩나물 뿌리 뻗어나듯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K마스크가 각광을 받는 시절도 있었다. 국가 사이에서는 K마스크를 받으려고 줄을 서기 시작했고 우리의 마스크 외교도 그 줄 덕분에 순탄하게 이어졌다. 강화에서는 군에서 다달이 나누어주는 마스크 정책으로 말미암아 줄풍경이 사라져갔고 사람들의 불안도 한풀 꺾여들어가는 듯했다. 더불어 늘어난 공장 덕분에 마스크 안정화가 확고해지면서 약국 앞에 늘어서 있던 줄풍경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이제 줄 서는 일은 없을 거라던 정부의 호언장담은, 그러나 그 후로 수입길이 막힌 요소수 앞에서 멈칫했고, 사람들은 또다시 주유소 앞에 줄을 늘어섰다.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던 요소수의 수입길이 막혀버리자 자동차 소유자들마다 요소수를 구입하겠다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요소수도 동이 났다. 주유소 사장님마다 요소수 가격을 올려 팔며 수익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 값이 또다시 천정부지, 요소수가 뭔지도 몰랐던 나 역시 당장 요소수를 사다 놓아야할 것 같은 조바심이 일었다. (참고로 필자는 차도 없으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말이라고는 요소수를 구입하는데 성공하셨느냐고, 쓸데없이 요소수 걱정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이 도시에 이어 내가 사는 읍내에까지 번져왔다. 요소수를 한 박스 사놓았다는 사람들이 부러웠고 요소수만 있으면 또 한 차례 살 것 같은 마음들이 또 다른 줄을 길게길게 이어놓았던 것인데, 결국 정부에서는 또다시 요소수 정책을 내놓았다. 요소수는 차츰 안정이 된 건지 요소수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한차례 꺾여 들어갔다. 그러나 그즈음이었을까, 대한민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등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몇백 명 나오던 확진자 수가 수천 명이 되었고 수만 명을 넘어서 수십만 명까지 확대되면서 또다시 약국 앞에는 코로나 상비약을 구입하겠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약국에서는 상비약을 들여오는 족족 동이 났고, 새벽부터 이어지는 발걸음에 약사님들이 힘이 들어 쓰러져 나갈 지경이 되었다.

나 역시 그 줄을 놓칠 수 없었다. 나를 포함해 가족까지 합세해 우리집도 코로나 상비약을 두둑히 준비해뒀다. 코로나 상비약에 빠질 수 없는 물약은 가는 약국마다 동이 나 구입할 수 없었고, 기침 가래약이나 진통제, 가글까지 상비약을 사들이는데 혈안이 된 사람들이 또다시 읍내로, 시내로, 도시로, 각 지역 곳곳으로 몰려들었다. 몰려든 수만큼 줄은 이어지고 줄풍경은 끊이지 않을 것처럼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약사님들은 과로사할 지경이요, 상비약을 만들어내는 제약공장 역시 불안에 휩싸인 사람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우리 집도 상비약이 넘쳐났지만 불안은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약이 있을 것 같고 그 약만 구하면 코로나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불안, 불안 또다시 불안. 나조차 하루하루 줄 안에 있어야 할 것 같아 늘어선 줄을 찾아다녔다. 늘어진 줄 속에 내가 서야 할 것만 같아 늘어진 줄도 되었다가 꽉 조인 줄도 되었다가 이미 놓친 줄도 되어봤다. 그렇게 각집마다 코로나 상비약이 넘쳐나고서야 코로나는 조금씩 누그러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 중순, 강화군내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12명, 전국 확진자 수는 31,352명에 이른다. 이 정도면 예전처럼 덜덜 떨리는 숫자는 아니다. 아니, 덜덜 떨리는 숫자여도 코로나 상비약이 넘쳐나기 때문에 덜덜 떨리지 않는다. 다달이 강화군에서는 마스크가 1인당 5장 내지 10장씩 배부되었기에 덜덜 떨리지 않는다. 사람들 모두 요소수를 그득그득 사들여 놨을테니 덜덜 떨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데, 또 한차례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고 세계 기후변화로 곡물가가 상승을 했다. 팜유를 절반 이상 수출하던 인도네시아에서 팜유를 해외로 수출하지 아니하고 자국의 안정화를 꿰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으면서 그야말로 식용유 대란이 또 한차례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마트마다 식용유가 동이 났다. 예상했던대로 식용유 가격마저 하늘을 치솟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서 역시나 인터넷 구매 사이트마다 식용유 재고가 모두 소진되는 현상이 이어졌다. 전세계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식용유 대란에 합류했고 대형마트에서는 식용유를 1인당 2병까지만 판매한다는 판매원칙을 내세웠다. 이번에는 식용유를 사들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만들었고, 필자 역시도 그 줄에 안착하기 위해 인터넷 구매 사이트를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러함에도 재고는 쉽사리 보이지 않아 현재 줄 밖에 튕겨져 나온 필자의 불안을 누가 알아줄까.

오늘도 강화군에서 나눠준 마스크 10매를 품에 안았다. 비록 줄 밖으로 튕겨져 나왔지만 휴~

여기저기 불안한 한숨소리가 가득한 이때, 줄풍경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이어지는 이때에, 이것이 잠잠해지면 또 무슨 줄에 우리는 합류해있을까. 그 불안은 또 어떤 줄에서 안도하고 어떤 세상에서 불식이 될까. 부디 더 긴 줄은 더이상 양산되지 않기를,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의 줄이 이쯤에서 멈춰주기를. 오늘의 이 줄이 내일의 어느 즈음에는 완전히 멈출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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