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계수중 이미숙교사

제목이 자극적이다. 사람이 편하게 쉬라고 만든 것이 의자인데, 그 의자를 뺏다니? 뺏는다는 행위는 타인의 것을 강탈할 때 쓰는 언어다. 먼저 제목 때문에 끌렸다. ‘왜 뺏는지, 누구에게서 뺏는지, 어떻게 뺏는지?’에 대한 호기심일까?

또 하나 이 책이 매력적인 것은 얇다는 것이다. 180 페이지 정도. 손 안에 잡히는 분량이다. 책 읽을 시간 내기가 힘든 사람에게 매력적이다.

은오, 지오 쌍둥이 여고생 자매. 그러나 그들은 일란성 쌍둥이인데도 닮은 것이 하나도 없다. 성격은 물론 성적, 장래 희망, 그리고 외모까지 하나도 닮지 않았다. 닮지 않은 일란성 쌍둥이의 외모는 일란성에 대한 학설을 뒤엎을 사건이 아니라, 성형수술 때문이다. 이런 은오와 지오가 벌이는 티격태격 성장기이다. 

이 아이들이 이렇게 다른 것은 자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릴 때, 들깨가 솎아져 버려지듯 부산 외할머니 버려진 은오는 인생의 전원이 꺼진 채 살아낸다. 그러던 중 아빠는 강원도로 떠나 새 살림을 차리고, 이혼한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흩어져 살던 자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 살면서 빚는 갈등이 이 소설의 주요 이야기다.

이제까지 손해를 보며 살면서도 ‘나 하나 참아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면…’을 주입받아 고통을 감내하던 은오가 대학 포기를 강요받자 드디어 ‘의자 뺏기’를 시도한다.

어린 자기를 부산에 떨어뜨려 놓고 동생만 챙긴 엄마가 왜 그래야 했는지,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끝내 죽은 것을 용서할 수 없었던 은오는 이제는 지오가 양보할 차례라고 외치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가출하기를 감행한다. 은오는 부산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오열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 집으로 데려와 한없이 품어주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비행 청소년이 어디 따로 있나? 그냥 가슴 속에 불씨를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 거지, 뭐….”

아주머니의 그 말은 은오를 비난하지 않고, 한없이 품어 줬기에 힘을 발휘했다. 잔소리가 아닌 것이다. 거기서 은오는 ‘나의 목소리, 나의 향기, 나의 이름’을 만난다. 은오가 의자 뺏기에서 의자 찾기로 전환하는 계기다.

은오가 살기 위해 지오의 의자를 억지로 뺏어 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목표를 설정이 시급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은오는 자기가 몰랐던 지오의 아픔도 이해하게 된다. 박하령 작가는 남을 보살피기 위해서는 내 몫이 명확해야 하며, 독이 되는 배려보다 약이 되는 삐뚤어짐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이 약해서 원치 않은 선택을 하고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온오의 모습에서 그 동안 학교에서 많이 보던 ‘의자를 뺏겼다’고 생각하며 사는 아이들의 얼굴이 겹쳐졌다. 이 소설의 힘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아이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삐뚤어진 아이가 아름답게 느껴지게 만들고, 크느라 힘든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아이들은 제발 나 좀 봐 달라고 절규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얘들아, 크느라 힘들지?’ 이 따뜻한 한 마디면 곧 일어나 자기의 길을 걸어 갈 수 있다, 은오처럼.

인천계수중학교 도서관담당교사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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