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담쟁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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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성/시인
코로나 19라는 전염병으로 전 세계가 지쳐있는 이때, 좌절하고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는 시를 찾다가 떠오른 것이 도종환의 ‘담쟁이’이다. 전교조에 몸담았다가 해직된 직후 절망으로 방황하던 시인의 눈에 들어온 것이 거대한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였다고 한다.
‘흙 한 톨도 물 한 방울도 없는 벽에 붙어살면서도 성장과 푸르름을 포기하지 않는 담쟁이를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혼자 살길을 찾으려 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협력하면서 이 어려운 벽을 헤쳐 나가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벽을 벽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여 마침내 절망적인 환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담쟁이처럼 벽을 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화자의 시작노트처럼 우리도 코로나라고 하는 절망의 벽을 담쟁이처럼 타고 넘을 도리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장인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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