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의 구조 개혁이 화급한 현안임이 드러났다. 지방 공기업의 부채가 작년 말 기준으로 73조6000억원으로 10년 전 21조7000억원의 3배가 넘어선 것이다.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방 공기업의 이 같은 실태는 지방자치 20년 동안 일부 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방만 경영이 자초한 일로서 지방 공공부문의 개혁이 절실한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방공기업 재무건전성 평가' 보고서를 보면 부실투성이인 지방공기업의 실태를 확인할 수 있다. 2009∼2013년 전국 397개 지방공기업에 대한 지자체 지원 금액은 무려 10조9000억원이다. 지방공기업의 손실을 메우느라 국내 2대 도시 부산시의 연간 예산과 비슷한 액수를 투입한 셈이다. 문제는 지방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 지방재정을 더욱 옥죄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398개 지방공기업의 부채 규모는 2010년 62조9000억원, 2011년 67조8000억원, 2012년 72조5000억원, 2013년 73조9000억원이다. 2002년 이후 11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재정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부채 규모가 1000억원을 넘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부채중점관리기관만 26곳에 이를 정도로 재정난은 심각하다. 태백관광공사를 비롯한 상당수 지방 공기업은 부실 경영으로 파탄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막대한 재정 적자는 해당 지자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지방민들의 복지 향상과 생활여건 개선에 쓰여야 할 주민 혈세가 줄줄 새는 것이다.

상당수 지방공기업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체장의 치적쌓기가 주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단체장이 임기 안에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에 타당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는 것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자리 나눠먹기' 식으로 주요 보직을 채우는 관행도 지방공기업 경영 부실화의 한 원인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물보다는 지방선거 당선에 도움을 준 인물이나 퇴직 간부들이 경영진에 중용되는 행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공기업의 인사·조직 혁신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지방공기업이 시·도마다 우후죽순처럼 설립되는 현상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지방공기업은 지자체가 지정한 전문기관의 타당성 검토 후 행정자치부와 협의를 거치면 조례 제정으로 설립할 수 있다. 이 역시 지자체 의도대로 타당성 검토결과가 나오기 일쑤고 상위기관 협의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방공기업의 사업 추진 효율성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있음이다.

행자부는 지난 3월 지방공기업 설립 단계에서부터 운영평가, 퇴출까지 중앙에서 적극 개입하는 내용의 지방공기업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방공기업을 새로 설립할 때는 행자부가 주관해 구성한 설립심의협의회의 심의도 받게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단체장이 지방공기업에 편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 개혁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격으로 요원할 뿐이다. 단체장 재선·삼선이나 국회의원 등을 염두에 두고 정치성 띤 지방공기업 설립 및 운영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생산적 견제와 대안 제시도 요청된다.

[서울뉴스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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