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또다시 의혹의 중심에 섰다. 국정원이 2012년 2월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실시간으로 도·감청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운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해당 업체가 해킹을 당해 고객 명단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드러났다. 고객 명단에는 ‘서울 서초구 사서함200’이라는 주소의 ‘한국5163부대’가 해킹팀에 8억6000여 만원을 지급하고 프로그램을 구입했다고 기재돼 있는데, 이 주소가 국정원 사서함이고 부대는 국정원의 위장명칭인 사실이 밝혀져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의 위력은 막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체제나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한 모든 인터넷활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한다. 구글 이메일이나 외국산 메신저도 이 프로그램에는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국정원 측이 지난해 해킹업체 관계자를 직접 만나 ‘카카오톡’ 해킹 기술에 대한 진행상황을 물어봤다는 내용의 자료까지 공개됐다. 프로그램 도입목적에 관심이 쏠리지 앓을 수 없다. 

현행 법에는 법원의 영장을 받은 휴대전화에 대해 감청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감청장비 도입과 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문제가 된 프로그램은 정상적인 감청장비가 아니라 해킹을 통해 정보를 빼내는 불법 기법이다. 국가기관이 임의로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 자체가 불법 행위다.

국정원은 “국내 사찰 목적이 아니라 대북·해외 정보전을 위한 용도”라는 식으로 애매하게 피해갈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납득하게끔 명쾌하게 해명하길 바란다.

남북대치 상황과 글로벌 시대 무한경쟁 현실에서 국가정보 역량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국정원장 개인의 정치 개입이든 요원의 국내 정치 관여든 국내정치에 ‘발’을 담가서는 안 된다.

국정원은 본연의 역할과 기능대로 외부의 위협에는 강력하고 치밀하게 대처하며, 국내에서는 신뢰 받는 조직으로 체질을 개혁해야 한다. 이는 시대의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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