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성 시인의 강화 食 이야기가 연재된다.

1. 밴댕이

청보리가 모가지를 내밀기 시작하는 무렵이면 강화 북단해협은 밴댕이잡이 선단의 낭장망(주머니꼴 포획망) 털어대는 소리가 마치 새벽닭 홰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어촌에서는 밴댕이 잡이를 ‘오뉴월농사’라고 하는데 산란을 앞둔 5. 6월에야 살이 올라 맛이 좋고, 산란을 시작하는 7월부터는 밴댕이조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청어목에 속하는 밴댕이는 몸길이가 10cm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생김새와 식감이 전어와 비슷하지만 ‘밴댕이 철에 집나간 며느리 전어 철에 들어온다.’라는 말대로 전어보다는 밴댕이가 한 수 위다.

전어는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밴댕이는 산지가 아니면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귀한 몸이라서 갓 시집 온 새댁도 그 맛을 보기 위해 멀리 걸음을 한다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거기에 성질마저 급해서 물 밖으로 끌어올리는 즉시 죽어버리기 때문에 살아있는 맛은 어부들조차 언감생심이다. 또한 미세한 육식성 플랑크톤만 먹고 살아서인지 내장이라고 해보았자 실오라기처럼 가느다란 소화관 하나가 전부다. 그래서 배를 가르지 않고도 요리가 가능한 어종인데 이처럼 성질도 못됐고 속도 없기에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부정적 어휘를 만들어냈다.

16세기에 발행된 중국 의약서 『본초강목』에서는 밴댕이를 소어(蘇魚)라 하고 밴댕이젓갈을 소어염(蘇魚鹽)으로 소개하고 있다.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도 소생시켜주는 생선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약재만 다루는 의약서에 명약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영양분이 풍부하고 미감도 일품이라서 강화도로 천도해왔던 고려 원종(元宗)임금이 개경으로 환도한 뒤에도 밴댕이젓을 잊지 못하고 진상하게 했다.

그런데 어쩌다 그 맛을 보게 된 원나라 사신이 자신의 황제에게도 보내줄 것을 요구했고, 마침 병으로 신음하던 원 황제 쿠빌라이가 고려에서 보내준 밴댕이젓을 먹고 몸이 회복되자 ‘蘇魚’라는 이름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많은 양을 요구하여 나라에서는 아예 소어소(蘇魚所)라는 밴댕이 감독기관을 강화해안에 설치했던 것이다.

밴댕이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각종 성인병과 허약체질개선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칼슘 철분 콜라겐 등 건강성분도 높아서 골다공증 치료와 특히 여성들의 피부미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린내는 적고 맛과 영양은 뛰어나다보니 얌전한 선비들도 밴댕이 앞에서는 체통 없이 입을 잔뜩 벌려 욕심을 냈기에 ‘밴댕이 먹다가 갓끈 끊어진다.’라는 우스갯말까지 생겨난 것이다.

 

장인성/객원 논설위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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