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심각하다. 아픈 역사에서 교훈을 제대로 얻지 못하는 데 기인한다. 1년여 전 ‘세월호 참사’는 효율과 실적만을 내세운 채 앞만 보고 달려온 ‘압축성장'의 적폐가 사회 발전과 더불어 민낯을 드러낸 결과로 해석하는 게 온당하다. 깊은 상처이자 귀한 가르침인 것이다.

이런 ‘한국병'을 한꺼번에 치유할 ‘묘약'은 없다. 비정상을 하나하나 정상으로 돌리려는 각고의 노력 말고는 다른 지름길이 없다는 점을 온 국민이 깨닫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우리 주변의 누구라도 안전사고로 비통함에 빠지는 경우가 더는 없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통한의 메시지’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 선박안전 부실관리 실태가 드러나 징역형 등 유죄를 선고 받은 운항관리자들이 선박안전기술공단(이하 공단)에서 같은 일을 하도록 무더기 특별 채용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들의 신분도 민간인에서 준(準) 공무원으로 격상됐다. 해양수산부가 참사를 계기로 운항관리를 공단에 맡긴 뒤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세월호 참사의 상흔이 짙게 남은 상황에서 ‘국가 대개조’를 외쳤던 정부 선언을 빈말로 만든 사건이기도 하다.

운항관리직 자격이 되는 해기사 3급 면허 소지자는 전국에 1만2000여명에 달하는데도, 굳이 업무상 비리로 재판받는 이들을 채용한 것이다. 운항관리자는 승선인원, 화물 고박 상태, 평형수 상태 등 선박이 안전기준을 준수했는지 점검하는 직종이다. 앞서 해수부는 여객선 안전관리 혁신의 일환으로 해운조합이 담당해온 운항관리 업무를 이달 7일부터 공단으로 이관토록 조치했다. 그간 선주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운항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대해 ‘선수에게 심판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대검은 지난해 10월 세월호 수사 발표에서 최대 화물 적재량(1077톤)의 두 배에 달하는 과적과 평형수 감축 적재, 차량 및 컨테이너 부실 고박 등을 침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운조합의 선박 안전점검에 대한 수사 결과, 수백 건에 달하는 상습적인 정원초과 및 출항 전 안전점검 보고서 허위 작성 사실이 파악돼 운항관리자 19명이 구속되고 수십 명이 기소됐다.

문제는 이번에 특채된 30명 중에는 징역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이 등을 포함해 징역형을 선고 받은 피고인 3명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인사 책임자들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해수부와 공단은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을 뼈아프게 인식, 특별 채용된 인원들에 대해 ‘고용계약 무효’ 등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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