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못했어요.” 최근 강화군이 주관한 주민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주민의 한소연이다.
강화군이 용흥궁 주차장 자리를 공원으로 만드는 강화읍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일부 계획 변경을 위한 주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국·지방비 100억이 투입되는 강화읍 도시재생사업에 포함된 용흥궁 공원 대체 주차장 조성(예산 23억)에 따른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군은 대체 부지로 용흥궁 인근 빈 집터(나대지)로 있던 성공회 부지(강화읍 관청리 250-3번지 외 2필지 5,424㎡)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성공회 재단도 긍정적 매도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6년 최초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당시 강화읍 재창조위원회에서 강화읍 전체를 걷는 관광으로 테마를 정하고 새로 조성되는 주차장은 사대문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계획에 따라 용흥궁 주차장을 문화원 주변에 설치한다는 결정이 있었다.
이 결정에 따라 군에서도 문화원 주변 대체부지를 물색했으나 토지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대체 주차장 조성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주차장을 사대문 밖으로 이전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또, 주차장을 사대문 밖으로 이전하면 주차불편에 따른 주민, 관광객들의 불만이 뒤따를 수 있다. 주변 상인들도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용흥궁 공원을 강화읍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 자원으로 조성하려고 공원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라면서 “그간 많은 공청회와 행정절차를 거쳐 공원화 사업은 확정된 상황에서 주차장 대체 부지를 고심하던 중 현재 방치된 성공회 부지를 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대문 밖 이전을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은 당시 결정된 사항을 따라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공청회장에서 찬·반 의견이 충돌했다. 공청회가 시작되자, 목소리를 높여 공청회장의 반대여론을 주도하던 A 모 씨(강화읍)는 찬성 의견을 제시하는 주민에게 공개적 비판을 퍼부었다. 이같이 공청회장 분위기가 험악해 지자, 일부 주민들은 찬성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한 주민은 “공청회 전에 누군가 찾아와 강화군의 주차장조성계획을 반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주민 개개인의 의견을 듣고자 마련된 이번 공청회는 결론을 내지 못한 체 무산됐다.
강화읍 도시재생사업은 예산이 100억인 초대형사업이다. 사업명칭 그대로 강화읍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재생하는 주민 숙원사업이다. 군 이 추진하는 사업에 군민 누구나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 또,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다수 주민을 대상으로 합리적 설득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거나 윽박지르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공청회를 지켜보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발전을 논의하는 공청회를 무력화시키고, 자유토론을 방해하는 언어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적폐다.
현재 강화읍에는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주차장 부족으로 많은 혈세가 들어간 소방도로는 제 기능을 상실하고 불법 주정차가 점령한 지 오래되었다. 주민들은 읍내에서 잠시 볼일을 보려고 많은 시간을 주차에 빼앗기고 있다. 관광객 역시 주차장을 찾지 못해 지역 관광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실례로 용흥궁 공원에서 문화행사가 있을 때면 동문에서 용흥궁 공원 2차선 도로는 주차장으로 돌변한다. 이에 연간 10만 명 이상 찾는 군대표적 관광지인 고려 궁지, 성공회 강화성당 등의 주차문제는 강화관광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주차장은 경쟁력이다. 편리한 주차장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이런 수식어를 쓰지 않아도 1가정 1차량을 넘어서는 시대에 주차장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관광객이 문화원 주변에 주차하고 걸어서 고려 궁지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편리하지 않은 주차장은 예산만 낭비한 애물단지로 남을 공산이 크다.
각종 사업추진에 일부의 반대 의견을 소중히 귀담아야 하겠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가 군 전체 주민의 의견으로 둔갑하는 것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다음 공청회에서는 서로 상대의 주장에 귀 기울이며 격려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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