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친형제처럼 지내던 동네 사람들이 둘로 갈라져 원수도 그런 원수지간이 없습니다. " 취재중 만난 한 주민의 하소연이다.

이 마을(87가구) 이장선거가 지난해 1월29일 있었다.
선거에는 현 이장 A씨와 B씨가 출마해 29대 22로 B씨가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전 B씨가 몇몇 마을주민들에게 쌀(20kg)을 건네고 음식 대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마을주민들도 후보들을 따라 양쪽으로 편이 갈렸다.

마을주민들은 서로 상대편을 향해 책임공방을 하는가 하면 담장을 사이에 둔 이웃 간 큰 소리가 오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다는 것이 면사무소 한 직원의 말이다.

주민 C씨는 “이장 선거 공고일부터 마을 주민들이 양편으로 갈라져 갈등 조짐이 있었다.”라며 “선거 후 금품이 건네졌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갈등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몇 해 전 이 마을로 귀농한 D씨 “말로만 듣던 시골의 이장선거가 이렇게 치열하고 죽기 살기 식으로 임하는 모습에 무서움마저 들었다.”라며 “이장선거와 관련, 행정기관의 투명한 관리와 선거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이 내용은 지난해 1월4일자 경기일보에 난 기사 일부다.
비단 이장선거 때문에 주민 간 갈등을 겪는 마을이 이곳만 아닐 것이다.

더는 안 된다는 주민요구가 쇄도하자, 강화군이 나섰다. 군은 새로운 이장 선출에 대한 ‘강화군 리, 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 안’을 입법 예고했다.

새 조례는 이장선거를 통해 심각한 주민 갈등이 우려되는 마을을 한정해 이장선출 방식을 ‘주민총회가 아닌 주민 추천을 받아 읍·면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장선거가 혼탁하고 마을 질서를 헤치는 조짐이 보이면 주민들은 읍.면장과 협의해 주민총회에서 2명의 후보자를 선출하면 읍장·면장은 선출된 후보자 중 1명을 이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이장 임명은 군 전체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장 선거가 마을의 화합을 헤치고 심각한 갈등을 유발 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만 읍.면장이 직권으로 이장을 임명한다는 것이다.

임명된 이장은 임기가 2년으로 1회 연임할 수 있으며 봉사상 등 포상을 받을 경우 1번 더 연임할 수 있다.   

일부에서 주민 추천방식을 두고 자치권을 퇴행시키는 조례라고 반발하고 있다. 즉 읍·면장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이장을 직권으로 뽑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언 듯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걱정이다. 그러나 갈등조짐이 있는 마을에 한해서만 주민총회에서 선출된 후보자를 이장으로 임명할 수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 이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해 그동안 장기 재직에 따른 주민 불만을 없애고 마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희망자에는 그만큼 기회도 확대되었다.

이장 임명제도가 시행전이라 100% 잘된 제도다 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이장 선거만 하면 이웃사촌간 얼굴을 붉히고 서로 멱살잡이를 하며, 대문을 걸어잠그고 담장을 더 높이는 등등의 볼썽사나운 모습이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 일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분출될 수 있다. 반대의견도 소중한 군민들의 목소리인 만큼, 강화군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마을 이장과 반장은 주민자치의 중심이다.

이번에 새로 도입한 이장선출 제도가 자리잡으면 마을의 화합과 발전, 이웃 간의 돈독함이 한층더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더 이상 논란을 키우기 보다 무엇이 주민자치를 훼손하지 않고 강화하는 방안인가를 우리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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