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難 시기’에 정치권 갈등은 더 이상 안 된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몰고 온 후폭풍이 거세다. 정국(政局) 혼란, 아니 정치 실종 상태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뜻을 존중,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기로 하는 선에서 당·청 및 당내 친박(친박근혜계)·비박 갈등의 봉합을 시도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사과했다.

그런데도 여당의 내홍(內訌)은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가 사과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오늘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친 집단행동까지 예고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 체제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는 초강수여서, 김 대표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야당대로 국회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정작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라고 비난했다.

정국이 강대강(强對强)으로 부딪치면 국정혼란만 심화돼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지혜로운 수습을 하길 정치권에 당부한다. 먼저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再議)는 법 절차에 따르면 된다. 헌법(제53조)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헌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재의결을 위해 상정을 하든, 아니면 곧바로 상정하지 않고 계류시키든 폐기 수순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 가능하면 절차에 따라서 본회의에 회부돼 표결하는 게 온당할 것이다.

헌법정신과 법절차를 준수한다는 자세로 대통령과 여·야는 서로의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현 상황을 풀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도 그렇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제왕적 태도’로써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정치갈등을 증폭시킨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화와 설득의 정치철학을 대통령이 수범(垂範)해주길 기대한다. 정치권과 소통을 담당하는 정무수석은 여전히 공석이다. 보좌관들을 활용해야지 대통령이 만기친람식으로 챙기면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건 국민보기에 아름답지 못하다. 당·청, 친박·비박, 여·야 간 진솔헌 대화가 절실한 때이다. 국정표류를 막기 위해서이다. 경제불황과 급변하는 한반도정세 등 '국난(國難)‘의 시기에 갈등은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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