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작가 신작 장편소설…해외 입양 문제도 함께 다뤄

황선미 작가

황선미 작가[비룡소 제공]

 

정부와 사회 각계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소리높여 외치지만, 우리 사회 한편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청소년 미혼모들이 낳은 아이들은 상당수가 버려지거나 보호시설을 통해 해외로 입양된다.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등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황선미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장편소설을 내놨다. 제목은 '엑시트'(EXIT). 작가는 '출구' 없는 10대 미혼모의 현실을 치밀하게 그렸다. 그러면서 미혼모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해외 입양 문제도 함께 다뤘다.

소설은 한 사진관에서 업무보조로 일하는 10대 소녀 '노장미' 이야기로 시작한다. 장미는 사진관 사장이 해외 입양되는 아기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이 어쩐지 못마땅하다. 게다가 사장은 방송국에서 해외 입양과 관련해 이 사진관을 취재하겠다고 나오자 온갖 부산을 떨며 아기들을 달랠 막대사탕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킨다. 장미는 심부름을 가던 중 갑자기 심한 하혈을 하고, 화장실에서 한 청소부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몸을 추스른다. 이 청소부 이름은 김순영. 순영은 이때부터 장미와 이상한 인연으로 계속 마주친다.

장미는 집이 없다.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자라다 할머니가 죽은 뒤 고모 집에 맡겨졌는데, 눈칫밥을 먹으며 숨죽여 지내야 했다. 주말에 백화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어렵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원도 한 군데 다녔는데,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남자친구 'J'를 같이 좋아하게 됐다. 잘생긴 J는 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거칠고 사악한 남자아이였다. 자신을 좋아하는 장미의 마음을 알고 난폭하게 대했다. 장미는 결국 J와의 관계에서 임신하고, 고모의 매서운 눈초리를 피해 집을 나와야 했다. 쉼터를 거쳐 보호시설에서 아기를 낳고, 얼마 뒤 아기를 데리고 보호시설을 도망치듯 나온다. 장미는 태어나서 제대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모성애'가 뭔지도 모르지만, 그저 보호시설에서 아기를 어딘가로 보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장미는 시설에서 만난 친구 '진주'의 지하 단칸방으로 아기와 함께 들어간다.

 

 

 

장미가 돈을 벌기 위해 낮에 집을 나오면 진주가 아기를 돌봐줘야 하지만, 늘 술에 쩔어 있는 진주는 아기를 잘 돌봐주지 않는다. 습기에 곰팡이까지 번지는 지하 방에서 아기는 발진이 심해지고 잘 먹지도 못해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그러다 급기야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날 장미가 집에 와보니 하수구에서 물이 역류해 집이 침수됐고, 아기와 진주가 보이지 않는다. 진주를 어렵게 찾아냈으나, 진주는 아기를 어떤 '이모'에게 맡겼다며 연락하지 말라고 한다. 게다가 장미는 우연히 다시 만난 'J'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고 그 엄마에게 '합의'를 봐달라는 요구로 시달리는 등 온갖 고난을 겪으며 실어증까지 걸리고 만다.

장미가 과연 아기를 찾을 수 있을지, 언제쯤 삶의 자그마한 빛이라도 만날 수 있을지 독자는 답답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따라가게 된다. 부모 없이 외롭게 자란 소녀가 폭력에 무참히 휘둘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임신했다는 이유로 사회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는 과정은 가까이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절하다. 미혼모가 아기와 함께 자립할 수 있도록 돕지 않는 이 사회에서 어린 미혼모와 출생신고조차 할 수 없는 아기는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에는 과거 해외로 수출하듯 아이들을 대거 입양보낸 결과로 그 아이들이 짊어지게 된 불행한 운명의 이야기들도 나온다. 이들은 생모를 한 번이라도 만나고 싶다고 한국에 오는데, 그 이유는 그리움 때문이 아니라 억울함 때문이다. '도대체 나를 왜 버렸느냐'고 묻고 싶다는 것이다.

작가는 10년 전부터 이 문제를 붙들고 소설로 풀어내려 애썼지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입양. 이 소리를 짊어지고 참 오래 걸어왔다. 떨쳐 내지지 않는 이물감을 안고 오는 내내 입안에 염증이 생기는 지병에 시달렸는데 그 원인이 몸이 허술해서라기보다 이 문제를 원고로 풀려는 욕심 혹은 스트레스가 너무 지독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작가의 말' 중)

막다른 골목에 몰린 청소년들, 미혼모들에게 우리 사회가 어떻게 출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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