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것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의료비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싼 데다, 동물병원마다 요구하는 비용도 크게 달라 원성이 자자하다.

반려견의 경우 생활환경과 위생 상태가 개선되며 1980년대에 3.7세였던 평균 수명이 최근 14.2세까지 늘었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 부담이 커졌으며, 이는 유기견이 증가하는 배경의 하나로 작용한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해 9월 반려동물을 기르는 소비자 532명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6%는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 이어 서울 소재 동물병원 193곳의 의료비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반려견·반려묘에 대한 예방접종과 검사비, 중성화 수술비, 치석 제거비 등이 항목별로 2~6배까지 차이 났다.

반려견의 경우 전염성 기관지염, 광견병 등 기본 4종의 예방접종 비용이 최저 7만1천500원에서 최고 9만 원까지 다양했다. 또 일반혈액 검사비는 2만5천~15만 원, 수컷의 중성화 수술비는 5만~30만 원으로 제각각이었다.

반려동물 의료비가 이처럼 천차만별인 이유는 표준화가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동물병원 간의 자율경쟁을 유도해 의료비는 낮추고 진료의 질은 올리겠다는 취지로 1999년에 ‘동물의료수가제’를 폐지한 후부터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4천 개가 넘는 동물병원마다 의료비가 달라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

바가지요금이나 과잉진료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동물의료수가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의료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지만 뾰족한 대책은 아직 없는 상태다.

나아가 올해 1월에는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이 동물병원 의료비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하는 ‘의료수가 공시제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취지는 동물병원의 의료수가를 공시함으로써 진료비를 적정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보험은 반려동물 의료비를 비롯해 반려동물이 유발한 사고의 배상까지 폭넓게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국내 보험사들은 반려동물 보험을 2008년에 처음 출시했다. 그러나 의료비가 표준화되지 않아 손해율이 높다 보니 대부분의 상품이 사라졌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현재 3곳의 보험사에서만 관련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7세 이상 반려동물은 가입이 힘들고, 중성화 수술이나 심장사상충 등 반려동물이 자주 걸리는 질병과 수술도 보상에서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 가입률이 0.1% 정도에 그친다. 이는 영국(20%) 독일(15%) 미국(10%) 등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반려동물 보험을 활성화하려면 동물 의료비 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첫 손가락에 꼽는 것은 반려동물 등록제 강화다.

2015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돼 위반 시 40만 원의 과태료를 내게 했지만, 등록률이 33% 대로 낮다. 이를 재점검해 등록률을 높이면 항목별 진료 통계가 집적되는 등 반려동물 보험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상관 대구시수의사협회 회장은 “사람의 의료비는 보험이 적용되지만, 반려동물은 소비자가 100%를 부담하므로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며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하고 관련 보험이 활성화되면 가격이 표준화돼 의료비가 지금보다 훨씬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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