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송해면 평화빌리지 관리사무실 문이 평일에도 굳게 잠겨있고, 안내메세지만 손님을 기다린다.

지난 연말 강화군 승진인사를 앞두고 시설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팀장(군청 과장급) 두자리가 생기자, 공직사회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군청은 술렁거렸다.

이사장 후보에 단독 이름을 올린 A 모 과장은 보란 듯이 지난 4일, 군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군청의 잔잔한 술렁임이 새해 들어 잦아들지 않고 진행 중인 것은 김 이사장과 함께 시설공단 팀장에 전격 발탁된 B 모 전 군청 과장이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B 과장은 늦은 승진으로 6개월 만에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그 역시 소문을 사실로 뒤집고 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에 공무원들의 (불만)반응은 분명했다. 군청 6급 팀장들의 오랜 인사적체는 5급 승진을 바늘구멍 통과보다 더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승진의 서러움을 몸소 겪은 선배가 후배들의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것이 불만의 요지다.

군 시설관리 공단은 지난 2008년 8월20일 법인설립 등기를 시작으로 출범했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 공단은 문화재와 각종 군 공공시설물 관리가 주 업무다.

이처럼 단순 관리 업무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에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러다 보니 전.현직 공무원들의 자리만 양산한다는 뼈아픈 지적도 있다. 특히 공단의 모든 권한이 군청의 통제하에 있는 현실을 빗대 ‘세컨드(second) 군청’으로 불린다.

공단 입장에서는 힘없는 기관으로 억울한 면도 있겠으나, 군민 여론은 싸늘하다. 동정보다는 체질개선, 강한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공단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설립목적>이 큰 글씨로 보기 좋게 설명되어 있다. 그대로 옮기면 ▲ 행정에 경영철학 도입으로 저비용, 고효율 체질개선 ▲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창출하여 행정서비스의 질 향상 ▲ 시장경쟁원리 도입을 통한 책임경영 및 전문경영으로 경영 수익성 창출과 자주성 확보 ▲ 시설물의 통합관리를 통한 전문성 확보 및 효율적 운영도모 등이다.

군민 세금으로 설립된 시설공단은 10년이 되도록 군민들을 대상으로 그 흔한 경영보고회 한 번 개최한 적이 없다. 군민들은 해마다 어디에 얼마의 예산을 쓰면서 성과는 어느 정도인지(?), 재무구조는 또 어떤지, 공단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공단의 주요업무 중 하나인 풍물시장 복개천을 비롯해 강화읍내 공영주차장은 대부문 민간 위탁 운영을 한 탓에 도무지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수많은 민원에도 복개천 주차장 펜스는 모두 쓰러지고 사라져, 장날이면 주차장을 잡상인들에게 임대해 난장판을 만들지만 공단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풍물시장도 불친절, 호객행위, 상인들 간 고소·고발 등 많은 민원이 산더미 처럼 쌓여 있지만, 공단은 아무런 액션이 없이 그저 군청만 바라볼 뿐이다.

왜, 함허동천 야영장 안에 초대형 쓰레기 분리 장을 만들었지는 알 수 없으나, 악취와 해충, 풍광좋은 주변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대책없이 또 해를 넘긴고 있다. 관광객들은 그 기발한 발상에 혀를 찬다.

이에 공단과 업무가 연계된 한 공무원은 “(민원)문제만 생기면 군청에 떠넘기는 공단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라며 한 숨을 내쉰다.

공무원 출신 이사장의 임기는 1년이다, 그 기간에 업무파악하고 현장 돌아보는 것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취임 때마다 늘 전문성과 혁신적 경영 운운하며 장밋빛 취임사를 수놓는다.

이 처럼 관리감독이 느슨한 공단조직은 위 ㆍ아래 할 것 없이 엿가락 처럼 늘어져, 조직은 복지부동 하고, 문제만 생기면 군청에 떠넘기는 무사안일적 세금만 축내는 ‘하마’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실로 우려스럽다.

지금 공단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마 공단 직원들도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월만 죽이는 공단이 아니라, 설립 목적대로 승자만 살아남는 (시장)민간 경영 방식을 도입해, 저비용 고효율의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반면에 권한은 주고 책임은 엄하게 물어야 한다. 또, 이사장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철저한 성과시스탬에 따라 승진과 대우가 정해지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사장, 팀장들이 늘 공모형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현실에서 공단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승진)희망이 없는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오르겠는가(?), 군청과 의회는 공단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문경영인을 비롯해 유능한 인물들이 공단 공개모집에 몰려올 수 있도록 관련 조례와 규정을 다듬어, 뒷문은 폐쇄하고 정문은 활짝 열어야 한다.

또한 공단 인사위원회도 과반이 넘는 전.현직 공무원 수를 대폭 줄이고 민간,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 객관적이고 지율성이 담보된 인사들로 새 판을 짜야 한다.

공단이 투명하고 슬림해 지면 처져있는 업무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갈등과 조직의 두꺼운 지방층도 한꺼번에 녹일 수 있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일부에서 ”이사장 임기를 4년으로 지방선거 때 군민투표로 뽑자! “라는 볼멘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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