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지으면서 세상 을 바라본, 농사꾼의 정직한 세상 읽기

박태진 시인의 처녀 시집 도서출판 행복에너지(대표 권선복)에서 출판한 시집 ‘나목’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세상을 바라본 농사꾼의 정직한 세상 읽기가 수놓아져 있다.

시인은 오랜 세월 동안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농촌지도소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농협대학에서 귀농귀촌 강사로 활동하면서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한평생을 보냈다. 이러한 삶의 경험들이 시인으로 하여금 세상을 ‘농심’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했을 것이다.

농부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다 된 농사를 망치는 가뭄이나 홍수, 혹은 우박이나 서리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농작물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고통과 아픔으로 가득 찬 곳이 세상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면, 뿌린 씨앗이 발아하는 경이를 발견하는 기쁨, 그리고 성숙과 결실을 바라보는 가슴 벅찬 감격을 산출하는 곳이 또 따른 세상의 한 지평을 구성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세계를 반영하는 농심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없다는 것, 날씨가 도와주고 토양이 도와주어야 발아를 하고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일 것이다.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를 하거나 기우제를 지내는 등의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서 의지하고 기원하는 태도 등을 고려해 보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세상이란 자신의 의지로 좌우할 수 없으며, 더 큰 존재의 의지에 귀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인해서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은 생명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애착이 자리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 밖의 어떤 존재가 자신과 자신의 농작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을 지닐 수밖에 없다.

박태진 시인의 시 작품 속에 생명에 대한 경이와 애착,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굴려가는 더 큰 존재로서의 어떤 섭리에 대한 자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박태진 시인의 농경적 상상력은 위대한 수동성, 혹은 창조적 순응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위대한 창조력이란 농경지를 개간하고 댐을 건설하는 등의 기획과 계발이 아니라 소금의 결정이 형성되는 것을 인내하는 기다림의 미학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연의 섭리에 귀의하는 것이며, 자연의 이법이라는 순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줄啐의 의지에 대해서만 너무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탁의 개입이 우리의 삶을 간신히 지탱하도록 한다는 것을 박태진 시인의 농경적 상상력은 새삼 환기해준다.

자연의 이치와 섭리에 대해 좀 더 천착함으로써 박태진 시인의 시 세계가 생명이라는 더 깊고 넓은 바다로 나아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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