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갈등이 최고조다. 국회법 개정안에 청와대와 새누리당 내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이 제기됐고, 이에 비박계가 반격에 나서면서 당·청, 당내 갈등이 폭발 양상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갈등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는 국회법에 대한 여야의 재논의나 대통령의 거부권을 국회가 수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재논의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전자는 불가능하다.

갈등은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 국내 경제가 처한 위급성이나 한반도 안보 환경 등 ‘대한민국호’가 헤쳐가야 할 풍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복잡하게 얽힌 갈등이 가닥을 잡지 못한 채 이렇게 마구 표출되는 사태는 그 자체로 크게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민 불안이 큰 상황이다. 국가적 위기에도 집권세력이 주도권 다툼식 집안싸움에만 골몰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전국이 비상사태에 놓였는데도 청와대 거부로 당·정·청 협의마저 중단됐다니 한심한 일이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정쟁을 유발하는 주장만 일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친박·비박이 아닌 친이(친이명박계)계에서 제기하는 의견에 귀기울여봄직하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싸우다가도 국가 중대사태가 터지면 중단하고 메르스부터 해결해야지 메르스는 뒷전으로 두고 당·정간에 내분이나 일으키고 있다면서 "정부가 생각이 있나.

지금이라도 청와대가 할 말이 있으면 메르스 사태 해결 후에 해야 한다. 청와대가 연일 당·청협의가 필요 없다고 밝히는 것은 정부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계파를 떠나 적확한 지적이라고 하겠다.

국가 역량을 다 모아도 부족할 시점에 당·청 간 갈등 모습은 국민 불안을 더 가속화시키는 무책임 정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초·재선 쇄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국민들은 메르스 공포에 휩싸여 있는데 우리 정치권은 집안싸움, 헤게모니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국민의 불안과 정치 위기 상황은 당의 단합과 더욱더 원활한 당·청회의를 통해 슬기롭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섰겠는가.

여권의 ‘자중지란’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 내부 갈등을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우선 청와대와 친박부터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를 중단해 마땅하다.

대신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국회법 개정안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데 지혜를 짜내어야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강제성 여부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당·청 갈등 봉합을 꾀해 결과가 주목된다.

다행히 정의화 국회의장도 국회법 개정안의 송부를 최대한 늦출 계획이라고 한다. 정치 결사체인 정당 내부에서 갈등은 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계파 갈등에 국민은 신물이 난 지 오래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친노·비노 대립 구도에 고개를 내젓듯이 말이다.

하물며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여권 내 당·청 간, 집권당 내 친박·비박 간 한가하게 계파 신경전이나 벌인다면 더 큰 문제다. 더군다나 지금은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각 부문의 구조 개혁 과제가 산적한 집권 3년차임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오랜 불황으로 소상공인과 서민, 청년들은 최악의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권이 난국을 풀어 희망을 주는 합리적인 틀을 만드는데 힘써야 하는 이유이다.

여권이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집권층은 국정에 무한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당·청, 여당 내부가 화합해 국민의 불안을 덜어주고 국리민복의 틀을 새로 짜는 데 힘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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