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일상’ 이도희 기획전 2015년 5월 12일부터 31일까지 공평갤러리

이애리 미술학박사/협성대 초빙교수 = 사랑했던 시절의 따스한 추억과 뜨거운 그리움을 신비한 사랑의 힘에 의해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게 한다. -그라시안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은자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만이 알 수 있는 큰 아픔과 외로움을 작은 큐브에 담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감성의 기억들을 수집하여 추억이라는 보따리를 만든다.

이도희 작가는 작은 정육면체 조각에 화선지를 씌워 먹과 채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 안에 담겨있는 그림들은 작가의 소소한 삶이 담긴 지극히 주관적인 추억들이다. 순간순간의 경험들을 떠올리며 읽기 쓰듯 그려나간 그림기억으로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등 평범한 일상 감정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남겨진 기억Ⅰ」은 남편의 죽음으로 남겨진 작가와 아이들의 추억을 이야기한 것이다. 마치 책을 펼쳐 놓은 표지그림 같은 형식으로 그만의 이야기책임을 연상케 한다. 특별히 입체적으로 제작한 화판위에 채색으로 화사한 꽃밭을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형태가 조금씩 다른 작은 큐브들을 배치한다. 큐브들 위에 그림들은 남편의 얼굴, 집에 있는 오래된 소파, 화분, 꽃, 아이들의 장난감, 인형 등 가장 친근한 사물들과 감정의 느낌을 표현한 추상적인 표현은 가장 행복했던 가족의 기억들을 그린 것으로 그의 희노애락이 담긴 마음의 일기다. 곧 큐브를 통해 작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숨겨진 아픔」이 작품은 거울에 비친 화병의 꽃 그림이다. 이번엔 책을 펼친 안쪽의 모습으로 한쪽에는 반쪽의 화병에 꽂힌 꽃그림과 다른 한쪽에는 거울을 붙여 비춰진 모습으로 온전한 형태를 이루게 하였다. 남편이 없는 반쪽의 아픔을 표현한 것으로 예전과는 다른 삶에서 작가가 자신을 보는 시선과 남들이 작가를 보는 시선 등 익숙하지 않지만 적응해가는 과정을 거울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는 꽃은 작가의 슬픈 마음을 감추기 위한 반대성향의 상징물로 어딘지 모르게 아픔과 슬픔이 느껴진다. 또한 새로운 시작, 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 더 이상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힘든 순간을 보내고 또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는 기억의 보관함 추억,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라고 한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이도희의 남겨진, 끝나지 않은 추억은 오늘도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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